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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 흐르는 책

목민심서

by 꿈의 숲 2008. 4. 14.

 

 

 

 

 

 

  

 

 

 

 

 “너희 가운데 천주교인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너희들을 벌주려고 이러는 것이 아니다.”

 정약용이 부드럽게 말하자 사람들은 모두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찰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우리 조선은 천주교를 법으로 금하고 있다. 천주교는 우리 조선이 숭상하는 유교의 예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천주교에서는 우선 제사를 지내지 않고, 또한 양반과 상민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조정의 대신과 부자들이 천주교를 좋아 할 리 없다. 양반과 상민이 모두 같다는데 상민들이야 좋을지 몰라도 어느 양반이 그런 말을 좋아하겠느냐? 그 말이 모두에게 퍼져 나가면 상민들도 양반처럼 벼슬을 하겠다고 나설 것이고, 나중에는 양반과 상민이 구별이 없어지게 될 것 아니냐? 그러니 양반들이 싫어할 수밖에. 서학이 백성들 사이에 널리 퍼져 지금 양반이 갖고 있는 권력과 재산을 빼앗기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은 당연한 일······.”
정약용의 말에 다들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우리 조선에서 천주교를 믿는 것은 너무 빠르다. 그래도 너희들이 천주교를 버리기 어렵다면 이렇게 하도록 하라.”

 육방 관속은 정약용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도 서학을 공부해 알고 있다만 천주교에서는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고 했지, 조상을 공경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니 조상을 섬기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제사를 충실히 지내라는 말이다. 적어도 제사를 지내면 조정은 탄압을 심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정약용이 그렇게 말하자 육방 관속은 모두 감격했다. 벌을 내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어떻게 하면 조정과 마찰을 빚지 않고 천주교를 믿을 수 있는지 충고해 주니 너무나 고마웠던 것이다.

 “찰방 어른, 고맙습니다.”
형방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마워했다. 그러자 모든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정약용에게 감사를 표했다.

“저희를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찰방 어른, 앞으로 제사를 꼭 지내겠습니다요.”

정약용은 그들의 어깨를 하나하나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들이 앞으로 무사하기를 빌었다.


 

출처: 이재운 역사교양소설 목민심서 (하편중에서)

펴낸곳: 책이있는마을

*08.4.14 출판사에 전화통화 후 허락받고 원문올림.


목련(木蓮) 2008년 4월 14일 오전 12:42:54 /송내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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